스페인어 회화, 스페인에 대한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만든 블로그입니다.

2015. 9. 4.

스페인 사람과의 결혼 절차



스페인.
익숙한 이름이지만 결혼 전까지만 해도 딱히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게 몇가지 없었다.
축구, 여행, 투우..?
관심만 가지면 이런 정보들이야 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막상 결혼을 앞두고 서류들을 준비하려고 하니 막막함이 앞섰다.
더군다나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속시원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고 알쏭달쏭한 것들이 더러 있어 혼란만 커졌다.


스페인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것과 한국에서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페인에서 하는 게 더 어렵고 복잡하며,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린다.
한 예로, 모든 결혼 절차는 Libro de Familia를 받으면 끝난다. 스페인에서 이걸 받기까지 (한 경험자에 의하면) 많게는 약 10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미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거나 한 상황이 아니라면 무비자로 지낼 수 있는 90일이 넘어가기 때문에 장기체류도 신청해야 하고 할 일이 늘어난다. 하지만 한국에서 절차를 밟으면 90일 내에 충분히 끝낼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게 더 낫다.


한국에서 혼인신고 하기


(2014년 9월 현재 기준. 만약을 위해서 서류 준비 전 대사관에 꼭 문의하세요.) 

먼저 스페인 배우자가 스페인에서 준비해야 할 서류들은
  • Certificado Literal de Nacimiento
    (영문으로 된 아스포티유를 받아야 함. 아래 3개는 아스포티유 없어도 됨.)
  • Fe de Vida y Estado(미혼임을 증명)
  • Certificado de Empadronamiento
  • Pasaporte
한국인이 준비해야 할 서류
  • 주민등록등본 초본(최근 2년 이상 거주지 표시)
  • 기본증명서
  • 혼인증명서(미혼임을 증명)
  • 가족관계증명서
    (위 4가지 모두 아스포티유 받고 스페인어로 번역공증 한다)
  • 여권




대사관에 전화(02-794-3581~2)를 해서 물어보면 "아스포티유 받아서 스페인어로 번역공증 해오세요"라고 하는데 처음 해보는 입장에서 "아스포티유는 맨 뒤에 붙이나요 아니면 원본에 붙이나요?"같은 질문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멋도 모르고 번역공증부터 받고 그 뒤에 아스포티유(이건 스티커 형식이다)를 붙였다가 대사관으로부터 "순서가 잘못되었네요. 원본 뒤에 아스포티유가 붙어야되요. 초본도 최근 2년 이상 거주지가 표시되야 되구요. 다시 해오세요"라면서 접수를 거절당했다.
그래서 증명서를 떼면 아스포티유 먼저 받으러 간다. 그러면 원본 뒤에 아스포티유를 붙여준다. 그 뒤에 번역공증을 받으러 간다.


아스포티유는 종로에 있는 외교부 여권과에서 받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5길 68 코리안리빌딩 4층)
참고할 점은 아침 11:30 전까지 접수하면 보통 12시 이전에 처리해준다. 11:30~12시 접수분은 점심시간 지나고 찾아가야 하고 오후 접수분은 다음날 찾아가야 한다는 것.

번역공증은 종로구청 근처에 아무 곳이나 찾아가서 해달라고 하면 된다.

번역공증시 주의할 점 몇가지
  • 가격은 사무소에 따라 45000~55000정도 한다. 두어 군데 가봤지만 어디가 잘한다 이런건 없고 다 똑같았다.
  • 현금만 된다. 그사람들도 변호사에게 공증비를 지불해야 되기 때문에 카드는 받지 않는다.
  • 영어 번역은 몇 시간이면 되지만 스페인어 번역은 무조건 하루가 걸린다. 오타가 생기거나 하면 다시 해야 한다. 수정하면 안되나? 싶기도 하지만 대사관에서 오타가 발견되면 접수가 거절당할 수 있다.
    그래서 결과물을 받으면 꼼꼼히 확인하고 오타가 발견되면 바로 얘기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어차피 또 하루가 걸리지만)
급하게 해야 한다면 먼저 팩스로 원본을 보내면 번역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찾아가면 바로 해주는 사무소도 있으니 필요하면 검색해서 찾아가자.



서류 접수 이후


준비한 서류들을 가지고 한남동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으로 간다.
월,수,금에는 학생 등 각종 비자 업무로 바빠서 화,목에 찾아가면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이상없이 서류가 접수됐다면 인터뷰 날짜를 잡아줄 것이다.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인터뷰가 삭막했다고 한 글을 봐서 꽤 긴장을 했었지만 아주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인터뷰는 각자 한 명씩 들어가서 본다. 어떻게 만났냐부터 시작해서 예비 배우자의 부모님 이름, 직업,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하려고 하냐 등을 물어봤다.
인터뷰는 스페인어 또는 영어로 볼 수 있다.

인터뷰가 잘 끝났다면 15일 간 대사관 내 게시판에 누구와 누구가 결혼한다는 문서를 게시해 놓는다. 이 기간 내에 당사자와 관련된 누군가가 결혼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스페인 법에 따라 혼인신고가 취소된다. 이런 경우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므로 보름 후 대사관으로 확인 전화를 한다.

대사관에 찾아가면 '혼인적격진술서(Affidavit of eligibility for marriage)'를 주는데 모든 정보와 철자가 틀림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이상이 없다면 이제 이 문서를 가지고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러 갈 차례이다.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 한국인 본인의 신분증
  • 등본
  • 대사관에서 받은 문서 원본과 번역 사본
    (구청 직원들은 딱히 어떤 문서라고 찝어주진 않고 그냥 대사관에서 받은 문서라고만 한다)
  • 그리고 스페인 배우자의 신분증(여권)과 인감도장(또는 서명)이 필요하다.

대사관에서는 혼인신고를 종로구청에서 하기를 권하고 있다. 종로구청에서 해야 별다른 문제없이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이유였는데 막상 종로구청에서는 어느 구청을 가도 다 똑같다고 가까운 구청에 가서 신고하라고 한다. 그래서 동작구청에서 신고를 했고 모든 절차가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대사관에서 받은 문서:혼인적격진술서의 번역은 전문 번역공증을 받을 필요 없다. 자신이 직접 손으로 A4 용지에 혼인적격진술서를 그대로 한글로 번역해서 똑같이 쓰면 된다.

혼인신고는 약 1주일 정도 걸린다. 출국이 코앞인데 조금 빨리 처리해 주실 수 있냐고
정중히 부탁하면 2, 3일만에 통과되기도 한다.
새 혼인증명서를 떼면 본인과 배우자의 이름이 나란히 올려져 있을 것이다.
이걸 가지고 대사관에 가서 제출해야 한다.




이제 libro de familia가 발급되기를 기다리면 된다.
이 과정이 영사관과 스페인 본토 공기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보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스페인의 느려터진 공기관 업무(게다가 꼴랑 09시~14시까지가 업무시간)를 감안했을 때 넉넉히 한 달 정도 여유기간을 두는 것이 좋다.

libro de familia가 발급되면 대사관에서 연락이 온다.
이제 모든 혼인신고 절차가 끝났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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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1.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 너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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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댓글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서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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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저도 스페인 사람이랑 한국에서 혼인신고 준비중인데 결혼하면 한국에서 살 예정이에요~ 그래도 libro de familia는 받아야 하나요? 혹시 여권처럼 유효기간이 있는 서류인지 궁금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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