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회화, 스페인에 대한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만든 블로그입니다.

2017. 10. 12.

스페인에 살면서 겪은 인종차별 이야기 (1)



스페인 뉴스는 안 봐도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궁금해서 인터넷 뉴스를 매일 보고 있습니다. 그 중 유럽인들의 인종차별에 대한 기사가 있었는데 그 동안 제가 겪었던 차별들이 쭉 생각나더군요. 
인종차별이 없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인종차별이 없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선입견을 통해서 싫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법이니까요. 아무 잘못 없는 음식도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이 있는데 사람이라고 오죽하겠습니까!

인종차별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치는데, 정말 맘에 안 드는 건 대놓고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시아인을 '치노chino'라고 부르는데, 문자 그대로는 중국인이지만 아시아인을 비하해 부르는 의미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겠지만, 스페인에서도 아시안은 모두 기본적으로 중국인 취급을 당합니다.

"왜 스페인사람들은 아시아 사람들을 다 치노라고 불러?"라고 hinative에 질문을 하나 남겨봤습니다. 
대부분의 답글들이 "중국인이 너무 많고, 우리는 외모상으로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야" 라는 의견을 말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백인들도 아시아에서는 모두 미국인 취급 받는 거랑 비슷하다"라고 했는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누구도 아무 백인한테나 대고 "어이 미국놈! 미국놈!" 하고 대놓고 놀리지 않는다는 거지요. 미국이 워낙 강대국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심지어 자기가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싫어하는 인종을 길가다 마주쳐도 대놓고 니네 나라로 꺼져라!고 길가다가 소리지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속으로만 싫어할 뿐이죠. 


스페인 내의 중국인


세상 어딜 가도 중국인들이 있습니다. 그냥 있는게 아니라 '많이' 있습니다. 스페인도 중국인들이 정말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카페집들처럼 조금 과장해서 하나 건너 중국인 가게가 있습니다. 보통 구멍가게 형식이 가장 많고, 옷가게 음식점, 소도시의 경우 창고형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상점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만큼 질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싸고, 이 사람들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종일 일하다 보니 현지인 가게들이 싹 죽어버렸다고 합니다. 
저도 처음엔 라면 사러 자주 가곤 했는데 이번 북핵 문제때 끝까지 북한을 감싸는 모습을 보고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지만) 1센트도 주기 싫어서 이젠 라면도 끊고 정말정말 어쩔 수 없이 꼭 중국인 가게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이 있을 때만 가는 정도입니다.
중국인들 특성상 자기네들끼리는 챙기지만 다른 민족에게 불친절하다보니 스페인 사람들 입장에서는 좋을리가 없겠지요. 
더군다가 중국인 가게들이 과거 중국인 갱들이 돈세탁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고 아무튼 중국인들이 넘치다보니 그만큼 문제도 많이 생기고 결론적으로 이런게 쌓이고 쌓여서 아시안 이미지를 똥으로 만들어 놓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꼭 이들탓만도 아닌게, 한번은 일하던 레스토랑에 며칠에 걸쳐 사람들이 가끔 와서 이상한 말을 하곤 했습니다. "빌려준 돈 받으러 왔어"
자초지종을 듣자 하니, 자기네들 생각에 베트남 사람이라고 추정되는 아시아 사람이 와서 아빠가 너무 아파서 빨리 집에 가야 되니 20유로만 빌려달라고, 자기 여기 근처 (일하던 레스토랑 이름)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거기 말하면 사장이 돈 줄거라고 해서 몇몇 사람이 속아서 돈을 빌려주고 그걸 받으러 왔다는 겁니다. 
처음엔 당황해서 무슨 일인가 알아보던 사장님도 나중엔 '너 속았어, 우린 그런 사람 없고 이미 너같은 사람 몇 명 왔다 갔어, 미안해'라며 사람들을 돌려 보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당연히 무슨 생각이 들까요? 
아시안만 보면 개새기들 하는 생각이 들겁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다른 인종에 비하면 조용히 별 피해주지 않고 지내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유럽이나 남미, 중동에서 온 몇몇 질 안좋은 사람들이나 집시들이 하는 짓에 비하면 많이 양반입니다. 소매치기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폰이나 물건을 대놓고 가져가기도 하니까요, 스페인에 온지 얼마 안되서 멋모르고 마드리드 변두리 지역에서 고급시계 차고 다니다가 대낮에 강탈당한 한국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나중에 치안에 대한 얘기도 한번 해야되겠군요.

뜻하지 않게 배경 얘기가 길어졌는데, 저도 밖에 나가면 그냥 '치노따위'인 한 사람으로서 제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겪었던 에피소드들


한인 사장이 운영하는 (위에 언급했던) 레스토랑에서 한때 2년 가까이 일한 적이 있는데, 보통 밤 12시~1시 사이에 일이 끝나 집에 가곤 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대부분 저녁을 10시에 먹다보니 당연히 늦게 끝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집까지는 걸어서 10분도 채 안되는 거리였고 마드리드 중심지다 보니 별로 위험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간혹 기분나쁜 일이 생기곤 했습니다.
갑자기 왁!! 하고 얼굴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인간도 있었고 집근처에 할아버지나 중년 남자들을 상대로 하는 몸파는 중년 여자들이 많은데 가끔 '치노' 하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제일 어처구니 없던 일은 처음 보는 뚱뚱한 창녀가 제 바로 앞에 대고 "역겨운 치노새끼" 라는겁니다!
자기 주제를 알면 그런 소리 못할텐데 싶어서 저도 욱해서 "니가 더 역겨움" 하고 지나쳤습니다. 

다른 에피소드는, 새해를 맞아 집에서 와이프랑 술한잔 하고 갑자기 피자가 땡겨서 피자나 사러 나가자! 해서 나간 일이 있습니다. 밤 1시경이었는데 새해라서 밖에 사람들도 많고 하니까 별일 없을 줄 알았죠. 어차피 번화가라 항상 사람이 많긴 했지만요.
그렇게 나가서 골목길을 걷다가, 갑자기 발앞에 페트병 하나가 떨어지는 겁니다. 그것도 내용물이 들은 채로요. 길 반대편에서 십대들이 음료수를 마시며 걸어오다가 저희 커플을 보고 그걸 던진겁니다. 
와이프랑 저랑 갑자기 너무 화가 나서 온갖 쌍욕을 퍼부었습니다. 10대 남자애들 6~7명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친짓이었지만 다행히 그 10대들도 만만해 보이던 커플이 둘다 쌍욕을 하며 덤비니까 급당황하더니 주변에 사람들도 있고 하니까 지들도 궁시렁 궁시렁 욕하면서 그냥 갈 길 가더군요. 

마드리드마저 이런데 소도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습니다. 저도 마드리드 오기 전에 많이 겪었고요. 어쩌면 제가 만만하게 생겨서 더 그런일이 생기는 게 아닌가도 생각해 봅니다. ㅎㅎ

글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시리즈로 나눠서 써야겠습니다.
다음 글은 기타 에피소드와 백인인 와이프도 당하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튜브에서 공감 가는 영상이 있어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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