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름이 찜통같은 더위라면 스페인의 여름은 오븐 안에 있는 느낌의 더위입니다.
낮에는 40도가 넘어가다 보니 아내는 처갓집에 있는 풀장에서 하루종일 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수영장이나 바다에 들어가는걸 아주 싫어하는데 몇 번 시원한 물 속에서 놀다보니 더운 줄도 모르겠고 의외로 좋더군요. 그래서 7월 말 어느 주말에 생일을 맞은 친구 A와 또 다른 절친 한 명을 초대해 풀장에서 같이 놀았습니다.
다다음 날 A가 그룹방에 메세지를 올렸습니다.
“친구들, 안 좋은 소식이 있어. 나 아프기 시작했어”
그 때만 해도 아 그렇구나 싶었는데 다다음 날엔 아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A는 테스트 받으러 갔었는데 코로나 양성이 나왔다고 알려주더군요. 그래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도 드디어 걸렸구나 ㅋㅋㅋ’
참고로 그 친구 A는 백신을 이미 맞은 친구였습니다.(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죠?)
같이 있던 또 다른 친구도 백신 맞은 친구고, 그 친구는 아프지 않고 넘어갔고 저랑 아내만 아파서 고생했네요.
참, 웃긴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그 날 코로나를 너무너무너무 무서워해서 집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고, (아직도 장갑끼고 장보러 간다는 소문이..) 그랬던 친구가 너무 오랫동안 못 봤으니 잠깐 왔다가 가라고 졸라서 그 날 억지로 잠깐 왔다가 돌아갔는데 A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부러 엿먹으라고 불렀냐며 대판 싸우고는 그룹방에서 나가버렸습니다.
A한테 먼저 괜찮냐고 물어보기는 커녕 자기 조카들 백신 안 맞았는데 걸리면 책임 질 거냐면서 얼마나 화를 내는지. 백신이 무슨 무적방패인줄 아는 모습에 친구들도 어이없어 하고,겁을 잔뜩 먹고 시골 변두리로 피신해 있는 그 친구의 부모님까지 아내 친구들에게 전화 걸어서 진상을 부려서, 이렇게 다들 그 친구와 절교를 하게 되었답니다. 코로나가 그렇게 위험했으면 세상이 벌써 망했겠죠. 유로비전도 하고, 유로 축구 대회도 하고 올림픽도 하고 할 건 다 하고 있잖아요?
여하튼 와이프도 테스트를 받으러 갔고 다음 날 양성이라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행인건 둘 다 동시에 아프지 않아서 처음 4, 5일 정도는 제가 아픈 아내를 간호했고 아내가 나아갈 즈음엔 제가 아프기 시작해서 아내가 저를 챙겨주었습니다.
아내가 아프기 시작한 초반엔 하필 담당 의사가 휴가 간 상태여서 약 처방도 못 받고 진통제만 먹고 버티다가 제가 아프기 시작할 쯤 의사랑 통화할 수 있어서 약 처방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아내는 이미 몸이 많이 나아진 상태여서 제 약을 처방 받으려고 했지만..
테스트 결과를 알아야 맞는 약을 처방해 줄 수 있다면서 병원에 와서 무슨 테스트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pcr은 아닌데 여튼 인스턴트 진단키트였습니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힘든 몸을 끌고 가려니 멀게만 느껴지더군요. 당연히 양성이 나왔고 그 후 처방받은 약은 기침 시럽… 이럴려고 테스트 받으러 왔나 젠장.저는 집으로 곧장 와서 뻗고 와이프는 약국에 들러 약을 사왔습니다.
증상은 목감기 걸렸을 때랑 똑같았습니다. 목이 붓고 삼킬 때 아프고, 열은 나지 않았습니다만 밤마다 오한이 왔었어요. 제일 고통스러웠던게 밤새 기침하느라 못 잤던 것..
감기는 약 안 먹으면 일주일, 약 먹으면 7일이라는 말처럼 코로나도 결국 감기의 일종이다보니까 일주일 넘어가면서부터 기침만 날 뿐 다른 증상들은 다 낫게 되더군요. 이제는 기침도 거의 안 하고 잠도 잘 자고 너무 좋네요. 어릴 땐 1년에 한 번은 꼭 이렇게 몸살을 앓았는데 나이먹고 나서는 몇 년 만에 이렇게 아파보는군요. 그래도 죽을 듯이 아프고 이런건 아니었어요. 낮엔 괜찮다가 밤에만 오한에 시달리고 그런 정도여서 다행이었습니다. 이제 기운 나도록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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