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커플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많아졌다.
SNS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외국인과 살면 언어장벽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고 궁금증을 가져보셨던 분들이 계셨을거라고 생각해 이번 주제를 정했다.
다른 커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니까 제 3 외국어로 대화하다 배우자의 언어를 조금씩 배워가게 된)
내 경우에는 언어장벽을 느낄 때가 자주 있는 편이다.
내가 결혼하기 전,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하셨다.
“너네 말은 통하니?”
그래서 나는 “한국인끼리도 말이 안 통하는데요 뭐~”라고 웃으며 넘겼었다.
그 당시는 스페인어를 하나도 할 줄 몰라서 아내랑 영어로 대화하느라 더 불편했음에도,
서로 한창 좋을 때니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들은 그렇게 복잡한 언어 소통이 필요하기 않기 때문에, 필요한 말들만 할 줄 알면 되니까 딱히 언어장벽이 있다라고는 못 느꼈는데 여자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왜냐면 예전에 이런 말을 종종 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얘기는 괜찮은데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그게 좀 그래.”
남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 ‘깊은 대화’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아내는 그게 좀 불편하다고 한다. 아마 여자들은 감정적인 교류같은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느끼는 언어장벽은, 부족한 내 실력에서 나오는 것 뿐이다.
남자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대부분 단어 몇 개로 설명이 충분하기 때문에 나는 그런것에 대한 언어장벽은 잘 모르겠고, 어떤 것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할 때 특히 과거나 미래 같은 시제가 들어가는 문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때문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내가 스페인어를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여기서 태어났거나 어릴적부터 살거나 하는게 아닌 이상 원어민들끼리여야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것을 아내가 나랑 얘기하면서 느끼는 게 사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그래서 내가 꾸준히 공부하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하튼, 겉보기와는 다르게 이런 언어장벽 문제를 국제커플들은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 문화 차이에 대한 얘기도 잠깐 해보도록 하자.
태어나서 자란 나라가 다른만큼 문화 차이도 당연히 존재한다. 다행인건, 내 경우에는 이런 문화 차이가 전혀 싫지 않다는 것이다.
동생 부부를 보면, 남편이 우리 부모님한테 되게 잘 해준다. 무슨 기념일 같은거 챙기고, 가족 단톡방에서 부모님이 무슨 얘기 하면 리액션도 잘 하고, 그런거 보면 참 대단한 생각이 든다.
난 “아이구 아버님 오셨어요~” 이런 소위 말하는 싹싹한 성격도 아니고 내 가족이나 아내 생일도 겨우 기억하는 타입이다보니 한국아내랑 살았다면 명절, 기념일 때마다 욕을 수십 바가지는 먹었을 것이다.
처갓집 어른들도 다행히 자잘한 터치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너무 편하다.
그리고 부모님들께 용돈 드리는 그런 것도 없거든요. 몰래 한 쪽에만 용돈을 드리다가 들켰다던지, 시댁엔 얼마 드렸으면서 왜 친정에는 그것밖에 안 드리냐 뭐 이런 것 가지고 싸울 일이 없다는게 행복하다. 외국은 약간 ‘내가 거지도 아니고 왜 현금을 준다는거지..’하는게 있어서인지 몰라도 처갓집 어른들은 현금 받는걸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관련된 짧은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어느 날 처가 부모님 중 한 분이 생신을 맞아서 어떤 선물을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현금으로 드리면 안될까? 했더니 아내가 아니 왜 돈으로 드리자는거지? 하면서 약간 어이없어 하는 그런 일이 있었다.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우리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싶다면, ‘몰래’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이런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럴지는 몰라도 어쨌든 웬만해서는 터치가 없으니까 문화 차이에 대해서 불만은 없다.
반면에 와이프가 한국에 있었을 때는 너무 주변에서 챙겨줘서 스트레스를 조금 받았다고 한다. 이건 사실 외국인이 아니라도 ‘나 좀 그냥 내버려 둬~!’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한편, 외국인과 살기 때문에 겪는 재미있는 점도 있기는 하다.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될 때 포스팅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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